l 협동로봇이 맛있는 피자를 굽는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 <뉴로메카>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에서 다양한 로봇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협동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동로봇 전문기업인 뉴로메카(Neuromeka)가 협력해 피자를 굽는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협동로봇은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 적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라인에 적용해 사람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가리킨다. 로봇 팔처럼 생겨 팔 끝부분에 ‘그리퍼’라고 부르는 다양한 도구들을 장착해 수많은 종류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면서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미래를 빛낼 유망한 100대 기술로 ‘임피던스 기반 협동제어 알고리즘 및 저가형 산업화 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미래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술로 평가한 것이다. 해당 기술을 연구한 사람은 피자를 굽는 협동로봇을 선보인 박종현 뉴로메카 대표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하기 전 박 대표는 포항로봇지능연구소에서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현재 포스텍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규모는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이름은 ‘인디(Indy)’다. 뉴로메카는 로봇 인디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인디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도 함께 제공한다. 더 똑똑한 인디를 만들기 위한 로봇 제어 알고리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박 대표를 만나 협동로봇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동로봇 제어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협동로봇은 대기업 공장에서 운영하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산업용 로봇과 달리 공간적 제약이나 인명사고 위험이 적은 일종의 산업용 로봇 팔이다. 열악한 중소 제조기업 공장에서도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번거로움 없이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협동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충돌방지’와 ‘직접교시’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충돌방지 기능이다. 직접교시는 사람이 손으로 로봇 팔을 터치해 간편하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용 로봇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협동로봇 제어 알고리즘은 직접교시와 충돌방지를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모션(motion) 프로그래밍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하기 전 어떤 연구를 했나.
“로봇제어에 관한 연구를 20년 정도 했다. 협동로봇이라는 카테고리의 새로운 로봇은 유럽에서 2010년 처음 나왔고 2015년 시장에 도입됐다. 연구한 제어기술을 가지고 한국 중소 제조기업에 적합한 더 쉽고,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한 협동로봇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
미래 100대 기술에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존 협동로봇은 충돌방지나 직접교시를 위해 센서를 쓴다. 센서 없이 충돌을 감지할 수 있는 신기술이 임피던스 제어기술이다. 뉴로메카는 임피던스 제어를 기반으로 협동로봇을 구현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다. 글로벌 1위인 유니버셜로봇의 협동로봇 가격이 3500만원 정도인데 뉴로메카는 1900만원 정도로 로봇을 출시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국내 중소 제조기업에서 굉장히 많이 도입했다.”
‘인디’에도 AI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있나.
“뉴로메카가 하는 모든 연구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것과 중소 제조기업 자동화 공정의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돌방지 기능에는 딥러닝 기반의 학습 네트워크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또 협동로봇의 작업이 달라지면 해당 작업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하는데 뉴로메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딥러닝 기반의 ‘비전센서’를 도입했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로봇을 친숙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다.”
현재 어떤 산업 분야에 적용되며 그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나.
“협동로봇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중소 제조기업 중 뿌리산업(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 등) 쪽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노동자의 생산성이 대체로 낮다. 사람들은 주로 장비를 운영하기 위한 단순한 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에 협동로봇을 도입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식품·음료(F&B) 분야에서 요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튀김 공정을 협동로봇이 실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인디를 도입했다. 아직 F&B 쪽의 요구가 많지는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학교 교육을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정용 협동로봇을 보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기술적인 출발은 협동로봇이다. 2030년에는 가정내에 도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 내 협동로봇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매우 높다. 가격도 중요한데 1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쟁 업체들은 어떤 기업들이 있고 국내외 협동로봇 시장현황은 어떤가.
“국내에서 협동로봇에 관여하는 기업은 뉴로메카를 비롯해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이 있는데 제품을 출시하고 경쟁하는 기업은 뉴로메카, 두산, 레인보우 정도다. 시장 규모는 올해 3000억~4000억원 정도인데 매년 60%씩 성장하는 추
세다. 성장세가 조금 더 빨라지는 것 같다. 국내는 2018년부터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도입기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현대는 협동로봇 출시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두산은 해외에 많이 수출한다.”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인디'. <뉴로메카>
뉴로메카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뉴로메카는 협동로봇 토탈 솔루션을 합리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현재 뉴로메카는 열심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 3년 내 국내 1등으로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기업에서 하지 않는 온라인으로 자동화를 완성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이나 F&B 외에 협동로봇을 적용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전문 서비스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수술실에서 협동로봇이 의사를 지원해 줄 수 있다. 방역로봇도 있다. 코로나19 검체 추출 로봇 등이 가능하다. 해당 분야에서 요구가 있다면 뉴로메카의 로봇제어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7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사실 초기에 투자를 많이 유치했다. 누적으로 400억원을 투자 받았다. 투자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전까지는 매출이 연 2배씩 성장했었다. 올해는 매출 100억원을 넘기게 되고 손익분기점에도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공격적으로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 내년에는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자 한다.”
어떤 목표가 있나.
“협동로봇 카테고리 내에서 1등을 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가를 낮춰야 한다. 원가를 낮추려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핵심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국내업체들의 부품으로 교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그룹을 만들고 싶다. 로봇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그룹을 만드는 게 꿈이다. 한국에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로 사업을 시작해서 기업 경영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데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 계속 학습하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산업에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현재 국내 협동로봇 기술은 적정기술 수준에 있다. 수요에 알맞은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낮추고 예민하게 충돌을 방지하고 더욱 쉽게 작업을 지시할 수 있는 제어 알고리즘의 개발·연구가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뉴로메카는 이미 좋은 알고리즘을 구현해 놓고 있다.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있어서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어느 기업이든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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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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