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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TOP 10이 된 한국의 ‘치킨 로봇’ 스타트업

[스타트업 취중잡담] 커피 만들고 치킨 튀기는 협동 로봇 개발한 ‘뉴로메카’ 박종훈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인간을 돕는 혐동 로봇 '인디7'을 개발, 생산하는 뉴로메카의 박종훈 대표. 협동 로봇 팔을 가리키고 있다. /더비비드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모습이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2년 전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로봇이 튀겨주는 치킨 가게’라는 설정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출연진이 판단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프로에선 단순히 ‘치킨을 튀기는 기계’의 수준을 넘어 정말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장면이 나왔다. 로봇이 생닭이 담긴 그릇에 튀김가루를 넣어 버무리고, 튀김기에 치킨을 넣는다. 공정 중간에 튀김옷을 털어내거나, 튀김기 속 치킨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하는 세심함도 보인다. 출연진 사이에서는 진위에 대한 의견이 갈렸고, 방송 말미에 로봇 치킨 매장은 실존하는 곳으로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전파를 탔던 ‘치킨 로봇’은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 ‘인디7.’ 2년 동안 입지를 넓혀가더니 이젠 교촌에프앤비, 멕시카나, 빕스 등 유명 식음료 매장에서도 인디7이 일을 하고 있다. 뉴로메카의 박종훈(53) 대표를 만나 로봇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로봇이 꼭 비쌀 필요는 없잖아

뉴로메카가 무인 매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코보시스와 협업해 만든 협동 로봇. 밀크티를 제조하고 있다. /뉴로메카


뉴로메카가 개발하는 협동 로봇은 인간과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위해 설계됐다. 흔히 ‘로봇팔’이라고 부르는 제품이 협동 로봇의 외형적 특징이다.

보통의 산업용 로봇은 안전 문제로 사람과 분리된 별도의 작업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안전 펜스까지 둘러야 한다.

반면 협동 로봇은 설령 사람과 충돌한다고 해도 동작 속도를 즉각 조절한다. 안전성이 보장됐다는 의미다. 덕분에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활동하고 사람이 행하는 작업을 도울 수 있다. 조립, 운반, 적재, 압연, 용접 등 반복적인 활동이 필요한 어떤 분야든 적용할 수 있다. 꼭 공장이 아니더라도 식음료 매장이나 주방에서도 활용된다.

뉴로메카는 세계 협동 로봇 기업 중에서 매출 규모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뉴로메카만의 차별점은 1000만원 후반~3000만원대의 경쟁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뉴로메카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창업 이후 누적 4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9년 서울산업진흥원의 ‘하이서울브랜드’, 2020년 기술상용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었다.


◇포항공대 88학번의 로봇 외길 인생

박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88학번으로, 2기 입학생이다. 1992년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로봇에 매료돼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더비비드


박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88학번으로, 2기 입학생이다. 1992년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로봇에 매료돼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국내에 산업용 로봇이 1980년대 중반부터 도입됐으니 제가 2세대쯤 될 겁니다. 1990년대는 로봇의 르네상스였어요. 2004년에 등장한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그 시대의 작품이죠.”

박사 졸업 후 포항지능로봇연구소에서 ‘로봇 제어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를 이어갔다. 이후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심랩’에서 5년간 기술이사를 지냈다. “로보틱스, 즉 물리적 하드웨어 연구를 주로 했는데요. 로봇의 활용성이 좋아지려면 결국 소프트웨어 연구가 심화돼야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후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개발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외산 제품 절반 가격으로 협동 로봇 공급

뉴로메카의 창업 초기 사무실 모습. 개발 중인 로봇들이 놓여 있다. /박종훈 대표 제공


2013년 남양주에 위치한 7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혼자 창업했다. “사업 초기 연구 용역 과제를 주로 맡아서 하다가, 서울산업진흥원의 공간지원사업 선정을 계기로 일터를 서울 성수동으로 옮겼어요. 이후 투자를 받아 사업 규모를 키우려니 주력 상품이 있어야겠더군요. 당시 국내에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던 협동 로봇을 직접 설계해보기로 했어요.”

협동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복잡한 알고리즘과 제어 프로그램이 탑재돼야 한다. 국제 표준 규격(ISO)에 맞는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다른 로봇에 비해 협동로봇의 상용화가 느린 건 이 이유 때문이다. “사람과 충돌했을 때 알아서 감속해야 하고, 사람의 동작 지시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해요. 정밀한 판단력을 갖춰야 하니 웬만한 로봇 전문가가 아니면 제품을 설계하기 어렵죠. 일단 초기 시장에 빨리 진입해 점유율을 확보하자는 전략으로 빠르게 제품을 제작했어요.”


현재 뉴로메카 서울 본사 사무실 모습. 지금은 직원수 약 90명의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종훈 대표 제공


2017년 협동로봇 ‘인디’를 출시했다. 국내 유명 전자 회사의 협력사가 첫 고객이 되면서 사세가 확 커졌다. “압연용 협동 로봇을 공급했습니다. 압연 공정은 시끄럽고 위험해서 3D 업종으로 여겨요. 우수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분야이니 기업 입장에서도 로봇이 절실했습니다. 당시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외산 제품이 3500만원 수준이었어요. 뉴로메카는 제작 원가 수준인 1900만원에 공급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를 직접 했기에 가능한 가격이었어요.”


당장의 이윤은 제쳐두고 기술력의 입증과 점유율 확보에 집중했다. 잇따른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인디1′부터 ‘인디7′까지 상품성 개선해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후 산업용 델타로봇, 산업용 협동로봇 아이콘까지 출시하면서 영역을 넓혔다. “제품 유지 보수를 다른 로봇 기업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제품 보수 경험이 오히려 후속 상품성을 올리는 토대가 됐죠.”


◇식음료 산업에서 발견한 로봇의 쓰임새

(왼쪽부터)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 인디7 연출 사진, 인디7이 중소기업 신신사의 제조공장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 /뉴로메카


창업 후 매년 16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다. 주요 고객인 중소 제조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뉴로메카도 주춤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가 식음료 시장을 발견했다. “배달이나 24시간 무인점포 등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되는 것을 느꼈어요. 감염병으로 인한 인력난을 겪으니 식음료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뉴로메카에는 기회였어요. 공정을 단계별로 세분화할 수 있는 두 업종에 대한 로봇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치킨과 카페요.”

먼저 두각을 보인 분야는 치킨이다. “협동 로봇 2대가 시간당 30마리를 튀길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닭에 튀김옷을 입히고, 튀긴 후 양념을 발라 포장하기까지 마리당 15분이 소요됩니다. 1시간에 30마리를 만들려면 손목이 남아나질 않겠죠. 이때 협동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도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유명 치킨 브랜드와 업무 협약을 맺어 조리용 로봇 개발을 함께했고, 2022년부터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카페용 협동 로봇도 시범 운영 중이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5곳, 지하철 역사 3곳의 24시간 카페에서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피자 조리, 뷔페 쌀국수 조리 등 다양한 식음료 제조 현장에서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각 현장에 도입할 때 음식별로 공정을 나누고 알고리즘을 입력하면 어떤 요리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로봇계의 ‘폭스콘’ 목표

박종훈 대표가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비비드


협동 로봇의 최대 장점은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리·제조뿐만 아니라 폐수 분석, 시약 합성 등 실험 자동화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협동 로봇의 도입은 공정에 엔진을 하나 더 다는 것과 같아요. 사람이 하는 일 중 반복적인 일이라 지루하거나, 작업물이 무거워서 건강을 해치거나, 위험해서 기피하는 일들을 협동 로봇이 도맡아 생산 속도를 올리는 거죠.”

로봇계의 ‘폭스콘’이 뉴로메카의 목표다. 폭스콘은 대만의 컴퓨터 및 전자기기 분야 제조회사로 아이폰 생산 위탁을 전담하는 곳이다. “로봇 업계에서는 제품을 위탁해서 생산하는 기업이 드물어요. 품질이 보장되는 위탁 생산 기업만 있어도 국내에 더 많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뉴로메카가 사업 초기부터 여러 산업에 도전해본 이유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함이에요. 국내에서 제작되는 로봇들이 모두 뉴로메카를 거쳐 가길 바랍니다.”

창업에서 기술력은 기본인 시대가 됐다. 기술에 비즈니스 모델을 덧붙이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갖고 있는 기술력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요. 자금을 확보하려면 투자받거나 수익을 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비즈니스 모델이죠. ‘돈이 되는 기술’이라는 걸 시장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나만 갖고 있는 기술력이니 누군가 내 기술을 갖고 싶어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요.”


뉴스전문:

www.chosun.com/economy/startup_story/2023/01/03/AXB5CDTK4JFGDL5H23WG3LF2I4/?utm_source=kakaotalk&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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